2019년 11월 16일 토요일

11월 정치경제학연구모임 결과와 12월 모임 안내(12월 21일 토)

1. 일시: 11월 16일 토요일 오후 3시-6시
2. 장소: 프닉스 연구실
3. 참석자: 김장민, 원영수, 정창조, 임미리, 김민정, 정윤광, 하태규 총 7명
4. 토론 내용

가. 아렌트를 위한 변명?: 마르크스주의 방법론에 대한 비판으로서의 "세계소외" 개념의 재구성

 1) 발표내용:  - 첨부 파일 참조
 2) 토론 내용



  - "악의 평범성"이 아이히만에게 적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당시 재판에서 아이히만이 본질을 감추는 연기를 했다. 아렌트가 낚였다고 본다. 다른 다수 일반 독일인에게는 적용될 수 있어도 아이히만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 ====> 이후 더 밝혀진 자료를 종합해서 판단할 수 없었던 아렌트 조건도 있었다. 전체주의는 일정한 사회적 조건이 형성될 때 발생한다. 전체주의체제를 양파에 비유할 수 있다.  가장 속에 지도자, 그 다음 껍질 핵심 엘리트, 그 다음 껍질 일반 당원/공무원, 그 다음 껍질 일반 시민 등등... 아이히만은 핵심 엘리트가 아니고 일반 공무원 지위에 있었음에도 엄청난 범죄를 저질렀다. 전체주의 체제 내에서는 평범한 사람도 이런 "악의 축"일 수 있다는 비유적 의미였다. ===> 오히려 문제를 달리 볼 수 있다. 당시 노조원이 500만명, 사회당원 100만명, 공산당원 50만명 등이 있었고, 대다수가 나찌에 복무했지만, 전후 동독에서 이들 대부분이 처벌받거나 잘못을 시인한 적이 없었다. "악의 평범성" 논리에 따라 이들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셈이다. 이것은 큰 문제이다. 서독은 오히려 상당한 처벌을 했고, 나찌에 복무한 아버지를 아들이 비판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었다. ===> 아렌트의 남편도 스파르타쿠스단의 일원으로 활동했지만, 속류 마르크스주의 수준이었을 것인데, 아렌트가 이렇게 이해한 공산주의에 대해 비판적이었고, 따라서 전후 공산당원들의 과거 청산 문제에 대해 깊이 천착하지 못한 것 같다.



 - 아렌트의 연대기를 알고 싶다 ===> 책의 1장에 나와있다.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대학을 다녔고, 시오니즘 활동을 했다..... ===> CIA지원설이 있다. 그래서 마르크스와 전체주의와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논거는 무엇인가? "반공주의" 좌파로서 CIA의 사주를 받고 소련을 전체주의 체제로 서술한 것 아닌가? 물론, 스탈린 체제가 전체주의 특징을 지닌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매수된 학자도 논리적 일관성을 가지고 서술하는 게 정상이다. 반면에 아렌트는 논리적 일관성이 부족하다. ====> 아렌트가 마르크스를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와 연관하지 않았다. 다만, 마르크스의 사상을 이데올로기로 해석하여 관념(idee)의 논리(logy)에 현실을 짜맞추는 마르크스주의(스탈린주의)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또한 마르크스의 논리에서 지구. 현상을 벗어난, 우주적, 본질적 논리를 탐구하는 사상의 경향은 잘못 적용하면 이데올로기로 변화될 가능성을 지닌다. 이런 점에서 마르크스의 사상도 (전체주의) 이데올로기로 변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아렌트는 지적했다. ===> 관련해서 이탈이아 무솔리니 파쇼체제, 일본 군국주의 체제 등과 구별하여 나찌체제와 스탈린체제만을 전체주의로 규정하고, 이런 전체주의 체제는 현실의 운동을 반영하는 관념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관념의 논리로 현실을 재단하고 규정하는 이데올로기(히틀러 나찌즘, 스탈린 공산주의)에 더해 이런 전체주의 이데올로기가 작동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사회 구성원이 원자화된 개인이 되고, 독자적 사고를 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한다는 조건이 요구된다고 했다. 독일이 이런 조건에 부합한다는 점은 수긍되지만, 소련이 그런 조건이 있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 아렌트가 소련을 가보지 않았고, 깊이 연구하지 않았다는 점이 한계이며 책에서도 많이 다루지 않았다. 또한 소련의 소비에트와 노동조합으로 결집된 노동자 대중의 정치적 의식과 진출의 수준에서 볼 때, 전체주의 발생의 조건이 아니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 스탈린은 집권시기 동안 이런 조건을 분쇄하여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 아렌트를 CIA 자금 지원설과 연관하고 전체주의 소련비판자로 우파들에게 전유된 상황과 관련하여 아렌트 좌파 vs 아렌트 우파 해석이 있다는 점을 말할 수 있겠다. 막스 베버도 극우 vs 개혁의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다양한 저서들의 모호한 상태가 특징이듯이, 아렌트의 저서도 이렇게 대립적 해석이 가능한 모호한 저서의 내용이 있는 것 같다. 



- 파리아와 소수자 개념과 관련하여 논의가 필요하다. 파리아는 한국말 번역이 필요한 것 같다. 소수자와 관련해서 개인, 시민, 계급과 소수자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 소수자에 여성은 포함되나?  ===> 파리아는 적합한 번역어를 찾기가 쉽지 않다. 베제된 사람, 망명자, 최하층민, 불가촉 천민 등의 다양한 의미가 있다. 아렌트는 유대인 망명자라는 의미로 일단 사용했다. 아렌트는 개념을 엄밀하게 구분, 정의하기보다 열린 개념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파리아는 개념적 구분이라기보다 상황에 따라 발생한다는 의미가 있다. 경우에 따라 파리아가 파브뉴(유대인 졸부,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주류에 동화되려는 사람)가 될 수 있다. 아렌트는 "의식적" 파리아라는 관점을 중시했다. 자신이 파리아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내걸고 현실에 맞서자는 것이다. 개인, 시민, 계급 등과 파리아로서 소수자의 관계와 관련하여, 아렌트는 개인주의, 원자화된 개인을 비판한다. 개인은 사회적 관계망 속의 개인으로 보아야 한다는 관점이다. 시민도 사회적 시민과 정치적 시민으로 구분한다. 사회적 시민은 사회(생존 욕구의 해결, 동물적 행위, 원래 사적인 영역인 노동을 민족적, 국가적으로 조직하고 관리하는 범주)에 종속된 노동하는 동물로 전락한다는 의미라면 정치적 시민은 독자적 의견을 나누는 공적 영역에서 활동하는 시민으로서 바람직한 상태를 의미한다. 난민이 아렌트의 소수자 개념(아렌트는 소수자란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개념적으로 이레 해당된다는 의미이다)에서 중요한 사항인데, 관련하여 "권리들을 가질 권리"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 아렌트의 입장에서 촛불을 어떻게 볼 수 있는가? 아렌트가 소수자 운동에 공헌했다고 볼 수 있나? 아니면 소수자 개념을 제시한 것인가?  ===> 촛불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었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아렌트가 원자화된 개인들의 모임이 아니라 조직화된 권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촛불 같이 하나의 목소리로 대중이 통일되는 상태는 바람직한 것이 아닐 것이다.  아렌트는 "세계 확장" 개념을 중시한다. 새로운 정체성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수자가 가시화될 수 있고, 이런 의미에서 소수자 운동에 아렌트가 공헌했다고 할 수 있다. 



- 아렌트가 그리스로마를 주목하고 시민의 행위, 즉 정치가 활성화된 모델로 표현하는 것으로 책이나 발제문에 표현된다. 문제는 아렌트가 비판하는 현대에서 사회가 지배하고 정치가 사라지고 직업 정치가가 지배하는 체제는 로마 공화정이고, 정치가 활성화된 체제는 아테네 민주정이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리스 로마를 묶어서 사용하는 표현은 문제가 있다 ===> 아렌트가 그리스 로마로 복고를 추구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근대의 프랑스 대혁명 초기 코뮌, 미국 타운미팅, 러시아 소비에트 등을 높이사고 이를 부활할 것을 추구했다. 그리스와 로마의 비교에서는 아테네 민주주의가 정치의 과잉으로 나아갈 위험이 있었다면, 로마 공화정은 원로원과 민회의 균형을 통해 발전한 체제로 보았다 ===> 그렇다면 아렌트도 고대 로마공화정과 아테네 민주주의에 대한 주류적 해석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아렌트가 프랑스혁명을 비판하고 미국혁명을 높이 산것은 망명자로 미국에 현혹된 것이 아닌가? ===> 그렇지 않다. 미국의 초기 민주주의가 아니라 당대 상태에 대해서는 저서의 곳곳에서 비판하고 있다. 프랑스 혁명에서도 초기 클럽, 코뮌을 높이샀지만 일반의지의 정치가 확립된 국면(로베스피에로 시절)에 대해 비판했다. 역사적 진보 개념을 비판한다.  이것은 세계소외의 반영이다. 아렌트의 민주주의 관은 행위 비판, 역사적인 것이다.

- 아렌트가 노동(labor)과 작업(work)를 구분한 것은 중요한 발전이다. 사실 마르크스가 공산주의에서 노동이 폐지되는 상태를 추구했는지 아니면 노동을 자기실현의 조건으로 보았는지에 대해 논쟁이 있다. 내 견해는 마르크스가 두 가지를 다 주장했는데,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양립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론>에서 필연의 나라를 넘어선 자유의 나라를 실현하기 위해 노동시간을 최소한으로 단축하는 것을 그렸다면, <고타강령비판>에서는 자기실현으로서의 노동을 그렸다. 이 겉보기의 모순은 마르크스가 말한 노동을 노동과 작업으로 구분한 아렌트의 개념을 빌려 서술하면 해소된다. 그런 의미에서 아렌트는 마르크스을 단지 비판한 것이 아니라 발전시켰다고 볼 수 있다 ===> 실제로 아렌트가 <인간의 조건>에서 마르크스의 이 문제를 천착하여 노동과 작업을 구분하여 제시했다.



- 아렌트가 노동, 작업과 구분되는 행위(action)를 강조한 것도 마르크스의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마르크스의 공산주의에서 민주주의와 정치가 사라진다고 해석하는 레닌 등의 견해는 잘못이다. 마르크스가 명시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논의들(혁명적 실천, 공산주의는 상태가 아니라 운동, 인간의 다양한 자기 개성의 실현을 최고목표로 하는 공산주의, 파리코뮌을 공산주의가 아니라 이행기 정치형식으로 서술 등등)을 종합하면 공산주의에서 민주주의와 정치는 더욱 발전되고 전개된다는 것이 마르크스의 견해라고 볼 수 있다. 아렌트의 행위 개념은 이런 해석을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매개이다. ===> 그렇다면 좋을 것 같다. ===> 다른 측면에서 노동, 작업, 행위(정치)가 모순 혹은 분열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조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이런 모순을 심화시킨다. 아렌트의 철학이 이런 조건을 크게 주목하거나 강조하지 않는 것 같다. 현대 철학도 자본주의 비판과 소수자운동을 연관시켜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드문 것 같다. 



나. 코민테른 연구의 최근 흐름과 향후 연구과제(원영수)

1) 발표내용

 - 첨부 파일 참조

2) 토론내용

 - 연구동향을 잘 정리해주어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다만, 연구 동향을 넘어 내용에 관한 견해가 제출되면 좋겠지만, 많은 연구가 필요하므로 아직 어려울 것 같고, 그래서 아쉽다.

 - 100주년임에도 이 주제가 연구가 잘 안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 좌파의 운동이 파편화된 것에 있다. 과거의 먼 이야기로 느끼는 정서가 한편에 있고, 감각적, 실천적으로 안 당기는 주제로 보는 경향이 다른 편에 있는 것 같다. ===> 운동권 내 혁명적 정당론 vs 개혁주의 대립에서 혁명적 정당론이 소수인 것도 배경이다. 

 -  코민테른은 협의체 혹은 연합적 조직인 1, 2 인터내셔날을 넘어선 국제당이었다. 현재 시점에서 국제당에 대한 연구를 넘어 국제당 조직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 필요하다고 본다. 현실 역량의 부족으로 결성할 수 없을 뿐이다. 물론 트로츠키주의 조직들은 나름 국제당 성격을 추구하는 연대체가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 국제당이 필요할 수 있지만, 현재 조직적 파편화와 운동의 정체를 초래한 원인은 바로 코민테른의 조직, 운동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부족 혹은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중앙에서 의도한 내용을 세계 각국으로 명령을 내리는 체계에서 그 중앙의 내용이 민주적으로 결정되지 못한 한계는 세계 각국의 운동을 양적으로 확대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성공을 낳을 수 없었다. 오히려 당시의 수준에 맞게 1, 2 인터내셔날 같이 국제적 당들의 협의체로서 의사를 소통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현재의 각국 운동의 조직과 운동의 발전이 더 높을 수 있었을 것이다. ===> 물론 절차적 민주주의는 지켰지만, 내용적 갑질이 있었다. 다만, 코민테른을 과정으로서 운동으로서 평가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 50, 60년대 재구성된 국제공산주의 조직이 있었고 소련에서 대회가 열렸다 ===> 두 차례 국제대회는 사실 토론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연설만 있었다. 자료집에서 소련이 가장 길고 나머지 각국의 연설문들은 영향력을 반영한 길이대로 이어져 있을 뿐이다.

- 자료에서 2000년대 이후 최근 연구들이 많다. 이들의 연구 내용은 어떤가? ===> 발제문에서 밝힌대로 새로운 연구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중심주의 극복, 초국경적 연구 등....

- 중국, 일본, 베트남, 북한의 연구흐름 혹은 국가당국의 입장은 어떤가? ===> 중국은 혁명과정에서 역할이나 전후 위치에서도 코민테른을 중시하지 않는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일본도 의외로 연구 흐름이 없다. 베트남은 코민테른과 관계가 좋았던 것 같지만, 실제 연구 흐름은 별로 없다. 



5. 12월 정치경제학연구모임(안내)

 가. 일시: 12월 21일 토요일 오후 3시

 나. 장소: 프닉스 연구실

 다. 주제

    - (가칭) 홍콩 사태 평가와 대응방안

    - 발표: 김재원, 원영수, 김정호(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