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소개

2021년 9월 13일 월요일

2022년 대통령선거와 진보-좌파 정치

              진보-좌파 대선 단일 후보를 제안한다



              대선은 진보-좌파에게 또 다른 기회다


지난 겨울은 몹시도 춥고 길었다. 올 겨울은 날씨보다 정치가 더 걱정이다. 올 겨울 정치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내년에 다시 맞을 봄의 느낌은 확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2022년 봄은 한여름보다 뜨거운 정치의 계절이다. 대통령 선거가 기다리고 있어서다. 사실 대선은 이미 시작되었다. 지난 4.7재보궐선거가 내년 대선을 앞서 뜨겁게 달구었다. 윤석열 ‘부상’과 이준석 ‘돌풍’이 겹쳐 내년 대선 레이스를 보수세력이 이끌고 있는 형국이 조성되고 있다.

노동자계급은, ‘진보-좌파’ 세력은, ‘좌파’ 정치는 내년 대선을 어떻게 맞으려 하고 있는가? 아직 그에 대한 논의는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노동자민중은 내년 대선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당면 투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민주노총도 11월 총파업 조직에 여념이 없다. 그래도 내년 대선 대응을 지금 시작해야 한다. 지금도 많이 늦었다. ‘진보-좌파’ 제 정파와 민주노총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내년 대선을 지금부터 준비하자.

그래서 하는 얘기다. 그냥 해 보는 얘기가 아니다. 반드시, 꼭 좀 그랬으면 해서 하는 얘기다. 지난 1987년 이후 ‘진보-좌파’ 세력이, 단결은 그만두고라도, 연대연합 하여 대선 투쟁에 임한 역사가 없다. 누구든 지난 역사를 구구절절 탓할 생각은 잠시 접어 두자. 지금 ‘진보-좌파’가 할 일이 무엇인가를 떠올리자. 어떻게 하면 내년 봄에 ‘진보-좌파’가 최대한 연대연합을 하여 대선을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자.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은 너, 나 할 것 없이 하고 있다. 그러나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달리 없다. 각자의 힘이 부족하면 힘을 모아야 한다. 정치는 모인다고 해서 힘이 저절로 더해지는 것은 아니다. 힘이 더해지는 방식으로 모여야 한다. 누구라도 모여서 손해 볼 것 같으면 모이지 않는다. 모여도 힘이 커질 가능성이 없으면 모을 힘을 만들 수 없다. 모이기 위해서는, 모여서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태를 바로 알아야 한다.

지금 있는 그대로를 모두가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 섣불리 누구를 바꾸려 들지 말자. 스스로 변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창출하자. 세계와 현실은 언제나 자신의 이념보다 넓고 깊다. 미래는 예정되어 있지 않으며,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아무리 역사적 경험을 반추하고 과학적 분석을 하더라도 ‘빈 곳’은 있기 마련이다. 세계와 현실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한다. 경험과 분석을 뛰어 넘는 정치가 필요하다.

지금 누구도 ‘진보-좌파’가 내년 대선에서 하나의 후보를 선출하여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그래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이 없지 않다. 바람과 현실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그 간극을 좁히고 메우는 것이 활동이고, 운동이고, 정치다. 이 일을 앞서 담당하고, 감당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주체가 정파다. 그만큼 정파가 져야 할 책임과 의무가 크다. 그런데 이를 감당하고 담당하겠다고 나서는 정파가 잘 보이지 않는다.

정파는 있으되,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자 하는 정파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대신 촛불의 역설이 현실을 장악하고 있다. ‘진보-좌파’는 분명 촛불의 핵심 동력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진보-좌파’의 정치적 후퇴가 계속되고 있다. ‘진보-좌파’에게 촛불을 감당할 정치적 역량이 축적되어 있지 않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아래로부터의 저항과 투쟁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을 담을 그릇이 없고, 그것을 안내할 세력이 없다면 축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 1년도 더 지나가고 있다. 디지털, IT, AI, 빅데이터 등 최첨단 과학과 기술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마스크에밖에 의지할 것이 없는 진풍경을 체험하고 있다.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팬데믹이 언제 종식될지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더구나 언제든 새로운 팬데믹이 또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진보-좌파’에게 커다란 숙제가 더해졌다. 기존 관성을 떨쳐야만 하는 긴박하고 절실한 이유다.

‘진보-좌파’는 그 행태에서 보수화되어 있다. 새롭고 과감한 시도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변화하는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그런 만큼 실천과 행동 또한 답보 상태에 있거나 어쩌면 후퇴하고 있다. 지난 1987년 이후 지금처럼 ‘진보-좌파’가 대중의 관심과 시야에서 멀어졌던 적도 달리 없다. 내적 논쟁과 긴장이 지금과 같이 느슨했던 적도 별로 없다. 한마디로 안팎으로 활력을 잃고 무기력 상태에 놓여 있다.

‘진보-좌파’는 이제껏 위기를 말해 왔다. 위기가 곧 기회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보-좌파’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진보-좌파’ 자신이 위기에 처해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준비와 태세가 미흡하고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시 대중을 조직하고, 대중의 선택을 따르는 길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진보-좌파’ 제 정파는 대중에게 정치적 활력을 불어 넣을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지배세력들은 정해진 각자의 규칙에 따라 이미 대선 일정을 밟고 있다. ‘진보-좌파’는 아직 가시적인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얘기다. 이 시간을 그냥 지나치면 ‘진보-좌파’에게 2022년 대선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각 정파야 어찌어찌 대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대로라면 노동자민중의 이해와 바람과는 동떨어진 독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반전을 도모하자. 반격을 준비하자. 역설적으로 그 누구도 독자의 힘만으로는 대선을 돌파하기 어려운 현실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자. 연대연합에 의한 공동대응을 적극 모색하고 추진하자. 설령 논란이 일고, 삐거덕거리더라도 그래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진보-좌파’가 처한 현실에서는 그조차 겁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만큼 절박하다. 일단을 강을 건너야 한다. 강 건너의 일은 강을 건너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 

연대연합은 ‘진보-좌파’ 제 정파 누구에게나 유리하다. 각자도생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것을 민중경선 과정을 통해 능력껏 획득하면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연대연합이 노동자민중에게 가장 절실하다는 점이다. 반면 각자도생은 ‘진보-좌파’ 모두에게 불리하다. 독자의 힘으로는 대중을 조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대연합은 모두가 동의해야 가능한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나서는 것을 통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대연합은 역사와 정세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각자 생존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진보-좌파’는 연대연합을 통해 먼저 전체 계급, 정치세력 관계를 적어도 보수-중도-진보로의 3분할을 이루어야 한다. 그래야만 각자 생존도 비로소 가능하며 정치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물론 의회, 선거 대응만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역량을 아래로부터의 대중행동을 조직하는 데 투여해야 한다. 둘 모두를 위해 연대연합이 요구되고 있다.

‘진보’가 ‘좌파’를 배제하고, ‘좌파’가 ‘진보’를 배척하면 ‘진보-좌파’ 전체의 역량을 강화하기 어렵다. ‘진보’는 지금보다 훨씬 더 왼쪽으로, 더 밑으로 이동해야 한다. ‘좌파’는 지금부터라도 의회정치, 현실정치에 적극 진입해야 한다. ‘진보’와 ‘좌파’ 모두 지금보다 훨씬 더 노동자민중의 아래로부터의 직접민주주의, 직접행동을 강화해야 한다. 민중경선을 이를 위한 하나의 내적 정치과정이자, 대적 전선으로 만들어야 한다.

‘진보’와 ‘좌파’는 연대연합을 통해 지배계급에 맞서는 독자적 정치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제도정치와 운동정치가 서로의 효과를 상쇄시키는 대신에 둘 사이의 피드백을 통해 서로를 상승, 강화시키는 선순환이 되게 해야 한다. 제도정치, 운동정치 둘 모두가 필요하며, 둘 모두를 강화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제도정치든, 운동정치든 노동자민중을 정치의 주체로 형성하는 데 복무해야 하는 것이다.         

연대연합에 의한 2022년 대선 공동대응을 성사시키자. 크게 세 축을 세우자. ‘진보-좌파’ 대선 단일 후보를 민중경선 방식을 통해 선출하자. 민주노총 11월 총파업을 ‘진보-좌파’ 전체의 투쟁으로 만들자. ‘진보-좌파’ 대선 공동강령을 마련하자. 그 나머지 구체적, 세부적 사항은 모두 그에 복무토록 하고 복속시키면 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지만 대의를 세우고, 대세를 형성하면 악마가 숨을 곳은 없다.     

                            

                                           2021년 7월

                                            필자 일동